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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한강 구경하기

본인은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생각없이 잠깐 산책하는 것도,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며 걷는 것도 모두 좋다.

이전에 전주에 머물 때는 걷기 좋은 길이 참 많았다.
본인은 조용한 길, 큰 물이 있는 길,
야경이 멋진 길을 선호해서
전주천을 따라 걷기도 하고 전주 팔경을 따라
야간에 산길을 오르기도 했다.

전주에서 참 좋아하던 풍경이다 강을따라 오래도록 걸을 수 있다.


일 때문에 서울에 머무는 지금은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어딜 걸어도 강 하나 야경을 볼 높은 곳
사람이 없는 조용한 길이 없다.
그저 주택가를 떠도는 것이다.

물론 서울에도 걷기 좋은 곳
야경이 멋진 곳이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게 주변에 없으니 밥먹고 도는
산책만 하고 마는 것이다.

그게 못내 아쉬웠던 본인은 출근하지 않는 전날
각을 잡고 한강을 보러 걸어갔다오자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밤 늦게 가면 사람이 적을 것이고
한강은 큰 물이요 주변으로 야경이 찬란할것이란
계산을 한 것이다.

다만 비가 와서 그 계획이 몇 주간 어그러졌으나
드디어 긴 비가 그치고, 얼굴에 닿는 바람이
서늘한 것이 오늘이 적기임을 알았다.


총 루트, 9.2km 2시간 19분의 짧은 코스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먹고 짐을 주섬주섬 싸서
조촐한 여행길에 올랐다.
어느덧 가을이 완연한 밤공기가 퍽 시원했다.

저 나무 위로 보이는 작은 별이 무척이나 빛나는데 북쪽이 아니니 북극성은 아니고, 인공위성인가? 하는 평소엔 하지 않았을 생각도 느긋하게 하는 것이 밤걷기의 매력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걸으며 약령시를 지나며 한약냄새를 킁킁 맡기도 하고, 지나간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기도 하며 시간을 세어보았다.
실로 오랜만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한강변 (약 2시간 10분여를 걸어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한 한강변, 시국이 시국인지라
일부러 조용한 곳을 고르긴 했으나
평소 생각하던 한강의 모습이 아니라
다소 황량한 모습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걸어서 도착했다는 충실감에
그럭저럭 만족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 걷기의 핵심은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다소 지치고 피곤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리하야 주변에 있는 수많은
버스, 택시, 지하철역들이
나를 유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걷다보면
결국 다시 집에 도착하게 되고
사소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승리감이 가슴을 뿌듯하게 채우게 된다.

그렇게 19:10 - 00:10까지의 정확히 5시간 동안
18.4km를 걸은 짧은 여정이 끝이 났다.


아마도 내가 보고 온것이 한강 본류가 아닌 지류인것 같다는 사실은 집 다와서 생각하게 된 거니 비밀로 하겠다. 젠장...


실로 오랜만의 걷기였고 그만큼
피곤하고 느릿느릿 걸었지만
많은 생각을하고, 긴 시간 연락하지 못 했던 이와
전화하기도 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이제 걷기의 마지막.
뜨거운 물로 씻고 잠드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서울시 걷기

장점 : 공중화장실이 참 많다.
밤에도 밝아 덜 무섭다.
단점 : 어딜가도 그 풍경이 그 풍경.
차가 너무 많이 다닌다 시끄러...